히터 바람이 내내 얼굴을 간지럽혔다. 찬바람에 벌벌 떠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그렇다고 빈말로라도 유쾌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먼지가 섞여 있는 뜨거운 공기는 주변을 바싹 마르게 만들었다. 나는 건조하다못해 간지러움이 느껴지는 뺨을 긁적이다가, 소리 없이 뻗어 온 나재민의 손에 손목을 잡혔다. “긁지 마. 얼굴 상처났어.” 그 말을 들으니 오른쪽 뺨이 따갑...
체육 시간에 체육복을 제대로 입지 않으면 운동장 세 바퀴를 뛰어야 했다. 아무도 그러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시간인 체육을 위해 체육복을 입지 않은 애들은 없었다. 나는 미리 화장실에서 체육복으로 갈아 입고 온 참이었다. 나재민은 한참 밖에 있다가 종이 치기 좀 전에 들어와서 허겁지겁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 애는 니트 조끼를 벗어서 돌돌 말아 ...
타인의 시선 #03겨울은 길었다. 눈이 얇게 깔린 아스팔트 길을 걸으면서, 나는 종종 멈춰 서서 뒤 돌아 내 발자국을 구경하곤 했다. 겨울의 유일한 좋은 점은 눈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나는 겨울에 차가 미끄러지거나 수도관이 동파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니까. 종종 머리에 쌓인 눈을 털어내는 것만이 눈 오는 날 내 수고로움의 전부였다.나는 얕...
타인의 시선 #02처음 임시반장으로 정해졌을 때 그닥 반기지 않았던 것과 달리 나재민은 성실하게 맡은 일을 하는 듯했다. 그 애는 혼자서 여기 저기 불려 다니며 심부름을 했고, 거의 모든 잡다한 일을 혼자서 했다. 창틀의 화분들에 물을 주는 것부터 분필을 정리하거나 사물함 위의 쓰레기를 치우는 것까지 포함이었다. 그리고 그 애가 그런 일을 하는 것을 나는 ...
타인의 시선 #01모든 것이 낯설었다. 넓은 강당도, 많은 사람도, 새어 들어오는 빛 줄기에 보이는 먼지조차 새로웠다. 나는 등을 뒤로 조금씩 기대서 얼굴에 빛이 닿지 않게 했다. 훈화말씀을 벌써 5분 째 하고 있는 중인 교장 선생님의 얼굴은 추운 공기 탓에 붉게 얼어 있었다. 어쩌면 하도 떠드느라 열이 오른 걸지도 몰랐다. 아무튼 중학교 때는 교장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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